개봉날 조조로 봤습니다. 이 글은 그냥 열거에 불과한 메모같은 겁니다/
예고편을 봤을 때만 해도 그 명성에 '어라?'하고 약간 실망했다
'괴물'이라는 제목이 인간관계에서 오는 거라든가, 뭔가 엄청난 거라던가 하여튼 다른 것일 줄만 알았는데 단순하게 액면그대로 '괴물'자체가 등장하기 때문에 '괴물'인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냥 괴물이 나오는 몬스터 영화라니. 이게 과연 잘 만들어진 것일까 하는 의문은 개봉되기 전까지 계속되었다. 그러나 지금 영화를 본 나는 정말 멋진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일단 영화에서 정말 잘 된 점은 흡인력(吸引力)이 굉장하다는 것이다.
이것의 장르(?)자체를 잊고 있었던 나는 시작하자마자 강렬하게 한 세계로 빨아들이는 느낌에 깜짝 놀랐다. 연구실인지 뭔지(까먹었다)에서의 그들의 말투, 공간의 공기의 느낌, 색조, 음향 등이 모두가 상황 속으로 끌어당겨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어 주었다.
나는 원래 무서운게 별로 없는 애였는데 어느 순간에서부터(나이들면서?) 겁이 갑자기 많아져서;
무서운 영화들을 잘 못보게(안보게) 되었다. '괴물'이 어떤지는 생각하지도 않고 친구랑 무작정 영화관을 찾은 거여서, 제목나오기도 전부터 분위기에 압도당해서 '내가 이걸 왜 보려고 했을까;'하고 마구 후회했다.
'괴물'에 등장하는 괴물자체의 비주얼은 그리 징그럽거나 무섭다거나 한 것은 아니였다. 어떤 형태로 생겨먹었는지는 계속 움직여서 자세히 모르겠지만; 물근처에 있으니 물에서 사는 생물 같은데, 표면은 그냥 매끄러운 것 같고, 큰 머리와 몸통에 비해 짧은 다리;;는 오히려 잘못보면 '귀엽다'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굳이 징그러운 부분을 뽑자면 입이었는데 '기생수'느낌도 나고 거시기같기도하고 그냥 좀 많이 본 듯한 느낌? 외화에서 봤던 토할것 같은 끈적이는 액(液) 같은 건 없으니까 덜 징그러웠던 것 같다(그렇다고 있어야한다는 건 아니고). 그래픽인게 표가 나긴 했지만 상당히 훌륭했다.
이 영화의 또 한가지 굉장한 점은 리얼리티에 있다. 외화 몬스터 영화들이야 괴물이 지들사는 땅에서 난리부리는 거니까 보는 우리는 무섭긴해도 우리나라도 아니고 확실히 감정이입이 들 되나보다. 괴물의 출현(出現)지가 한강이라는 점. 우리나라사람들이 나와서 우리말로 말하는 영화라는 점이 상당히 감정이입에 도움이 됬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주인공들이 평범하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점 또한 리얼리티를 살려주고 있는 것 같다. 그냥 어떻게 살았는데 괴물이 출현해서 가족을 잃고, 정부의 통제가 이루어지면서 산 사람이니까 한강의 괴물이야 그렇게 신경쓰거나 집착하지도 않고 다시 삶을 살아가는 모습에서 우리의 현실과 많이 닮아있었다. 그냥 여러 조치들 받고 지냈는데 살아있다는 것을 알고부터 - 여튼. 그리고 배우들을 딱히 얼굴이 잘나고 그런건 아니니까 더 리얼한?
더 굉장한 리얼리티는 경비가 허술하다는 점? 경비고 검문이고 상당히 허술하다...(...) 이런건 좀 확실히 고쳐야 되지 않나 싶다.
영화의 여운이 굉장히 길어서 친구랑 한참동안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그냥 앉아있었다. 온몸의 기운이 다 빠져나간 기분. 난 한강근처에서 논 적이 별로 없는데 친구는 한강에 더 못놀러가겠다라는 말도 했다. 영화관에서 나와서 백화점의자에 앉아있으면서도 어디선가 괴물같은 녀석이 갑자기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냥 갑자기 튀어나온 녀석이니까 현실에서도 그럴 것만 같았다. 밖에는 비오지.. 기분이 더 이상했다. 보는내내 무서워서 친구한테 손잡아달라고 할 뻔했다; 그리고 계속 울면서 봐가지구 눈도 살짝 붓고;;;
이 영화에서도 아쉽고 의문스런 것들은 있었다. 왜 영어번역 다 안해주는 거야.. 안해주어도 다음것으로 연결되고 이해도 된다고 하지만 그것들이 궁금해서 맘에 걸렸다; 소녀는 계속 살려두는데, 걔가 숨어있는 것도 있었지만.. 괴물이 멍청한 건지. 배두나가 떨어진 하수구(?)에서는 괴물이 입까지 벌려 혀로 집으려고 했는데, 왜 꼬리로는 안하는 거니.. 꼬리로 하면 될 것 같던데.(진짜 멍청한건가;) 그리고 소녀가 마지막엔 죽은건지..? 난 죽은지도 모르고 끝까지 다 봤다; 친구말 들어보니 죽은 것 같기도 하고. 시작부분에서 약품들을 하수구로 버리는데 그것이 괴물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건지 확실히 유기적으로 설명되어지지 않으니까 잘 모르겠다. 그 부분도 앞부분에서만 언급되었지 그 이후로는 나오지도 않고 결론부분은 그냥 괴물을 물리치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것이여서.. 앞뒤연결이 좀 아니지 않나 싶다. 모 기사에서 환경오염 어쩌구저쩌구 그래서 거기에 내 초점이 더 맞춰져버린 것도 있겠지만. 개봉도 전에 누가 괴물관련기사 밑에 반미영화어쩌구하고 코멘달았던데 그건 절대 아닌 것 같다. 뭐 개입하고 이런건 있었지만 그냥 세상은 이렇게 돌아간다는거 보여준것 같고.
괴물한테 맥주 던져주고나서 사람들이 한꺼번에 막 투척하는데 그건 좀 웃겼다; 진짜 그런 걸까나. 잘잘한 소스들이 많아서 계속 흥미로웠다.
난 잘만든 영화는 여운이 길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굉장히 잘 만든 것 같다. 여운이 길다는 것은 그쪽의 세계로 확실하게 관객을 초대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영화, '괴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