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에 2번읽음.
<화가와 그의 눈>을 읽고. . .
이 책은 미술사를 약간이라도 알고 있다면, 그것의 발전과정에 대한 이해를 특별한 사조와 굳이 관련 짖지 않더라도 화가의 재료, 생각의 변화와 함께 그리는 그림들이 어떻게 변해 왔는가를 이해하기 좋게 설명해 놓았다. 알려져 있는 고전 작가들의 이름들이 거론되지만 그림은 없어서 -그림이 내용이해에 없어도 크게 문제되진 않지만- 미술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이 보기에는 매우 어렵고 난해한 책일 것 같다.
신의 업적을 그리던 시대에서 인간을 그리는 시대로 바뀌고, 실내와 장면이 아닌 인간을 주제로 한 그림, 초상화를 통해서 나타난 인물과 가문분위기부터 그 시대 상황과 화가와 모델의 관계의 설명을 시작으로 하는 이 책은 카리카츄어와 반대되는 의미의 ‘장엄한 양식’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워 줌으로 이것이 앞으로도 그려져야 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장엄한 양식’은 개개인이 몸담고 있는 세계를 직접 표현한 것으로 영국을 이해한 영국인이 진짜 영국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앞으로 그려져야 할 그림이라는 것에는 반박을 할 수 없을 것이다. 학교를 들어와서 배운 것 중에 왜 경험에서 나온 내용이나 자아에 대한 것을 많이 할까라고 생각해 보았을 때 그것이 바로 이 장엄한 양식에서 나온 것임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자신이 몸소 체험하고 깨우친 것이 마음도 몸도 머리도 이해하여서 그것이 그림으로 표현되었을 때에만 그 그림이 진실하기 때문 일 것이다.
‘계획되어진 그림’ 으로 예전에는 드로잉 - 단색화 - 채색화 단계를 거치던 시대가 있었다. 이것이 이번 회화 수업에서 했던 첫 번째 과제였는데, 이것은 제1의 혁명인 유화물감으로 그리는 방법의 발견 이전에 템페라로 그리던 관습에 의한 것이다. 템페라는 한번 그린 것을 고치기 힘들었기 때문에 깔끔한 완성을 위해서는 계획되어야 했다. 그 이후 유화물감의 사용발견으로, 유화는 수정이 가능하였기 때문에 그리기가 훨씬 쉬워졌으며 화가를 외곽선에서 해방시켜 주었다. 이 책엔 특히 베르미어의 그림을 통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는데, 베르미어의 그림을 택하여 그렸더라면 더 이해가 쉬웠을 것 같다. 책을 읽기 전에 과제를 했기 때문에 (교수님께 충분한 설명을 들었지만) 이해된 만큼 손도 움직여 주지 않고 그림을 진행시켜 나가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제2의 혁명은 즉석그림으로 인상주의에 완성되었다. 사진과 주석튜브로 19세기의 회화는 대 변화를 맞았다. ‘직접회화’는 두껍게 칠해져야 했고 붓은 크고 돼지털로 되어 있었다. 붓이 빳빳한 돼지털인 이유는 물감을 많이 묻히기 위해서였다. 이로 인해 스트로크가 생겼고 스트로크를 이용하여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계획되어진 그림을 그리던 시대와 다르게 밝은 곳과 어두운 곳 모두 동일한 두께로 물감이 올라갔다. 아마 이번에 그리는 두 번째 과제는 이 제2의 혁명과 더 관련 깊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인상주의의 색은 빛의 색을 물감으로 재현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 지적하고 있다. 빛은 가산혼합을 하는데 반하여 물감은 감산혼합을 하기 때문이다. 인상주의로부터 그 다음으로 넘어가는 단계는 아직 배우지 못해서 잘 몰랐었는데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변색하는 물감들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덜 변색되는 물감名을 정리해 놓고, 그림을 보는데 익숙지 않는 청중에게는 그림 속 모든 것이 설명되어져야 했기 때문에 지방그림이 엄청난 묘사를 하고 있는 것 등등 이 책을 통하여 알게 된 새로운 사실 들이 너무도 많다. 서양미술이기 때문에 이러한 정보를 쉽게 얻기가 더 어려운 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부분을 읽어갈 수록 내 안의 무언가가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다. 학교에 들어와서 뭔지도 모르고 그리라고 하는 대로 그리고 정해진 주제대로, 가르쳐주는 한마디의 방법으로 그림을 그렸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그려야 하는 걸까 나름대로 고민도 하고 해결법도 찾으려고 했었지만 답을 찾아내지 못하게 되자 그저 ‘학교에서 하라니까’라는 안일한 생각을 갖고 계속 작업을 해 왔었다. 이 책은 다른 책에서 보여주는 이론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거기서 벗어난 총괄적인 변화를 볼 수 있게 해주고, 앞 뒤 상황과 시대를 설명해 주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제시해 주고 있다. 간략한 내용으로 설명되어진 것이고 그림을 그리는 것은 내 개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아주 확실한 해결책이 되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복잡한 실 뭉치 속에서 작은 끄트머리를 찾아낸 느낌이다. 이제 엉키지 않게 실 뭉치를 잘 풀어야 하겠지만.
상당히 괜찮은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책이 너무 오래되어 활자자체가 요즘과 달라 보는 순간 매우 지루한 느낌이 든다는 점, 글만 있고 눈으로 보여 지는 이미지가 하나도 없다는 점이 이 책의 아쉬운 구성이다. 다시 제대로 나와 많은 이들에게 읽혀지면 좋을 듯 싶다.
*회화과제로 읽은 책 입니다, 감상문을 그대로 옮겨 적었습니다.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한의 사회와 문화 (0) | 2009.10.10 |
---|---|
플라이 대디 플라이 (0) | 2009.10.10 |
티핑 포인트 (0) | 2009.10.10 |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페이퍼북) (0) | 2009.10.10 |
아들아 넌 부자가 될 거야 (0) | 2009.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