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배신
Bright-Sided
긍정적 사고는 어떻게 우리의 발등을 찍는가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전미영 옮김
부키 출판사
긍정의 배신
저자는 유방암 투병생활을 하면서 겪게된 긍정적 사고에 대한 맹신을 보고, 그리고 강요당함에 분노한다. '긍정성'이 미국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널리 퍼지게 되었는지를 위주로 설명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이는 즉 긍정적 사고 자체가 좋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퍼지게 된 것이 아니며, 여러 이해관계에 얽혀서 퍼지게 된 것으로 긍정적 사고라는 것이 그동안 우리의 시야를 얼마나 가리고 있어왔는지 고발한다.
72 p 굳이 유방암을 '선물' 이라 불어야 한다면 내가 받은 선물은 이 개인적 경험을 통해 전에는 알지 못했던, 우리 문화에 내재된 이데올로기의 힘에 고통스럽게 부딪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이데올로기는 현실을 부정하고, 불행에 즐겁게 굴복하고, 닥친 운명에 대해 오직 자기 자신을 비난하라고 말한다.
85 p 사회학자 앨리 혹실드(Arlie Hochschild)는 1980년대에 발표한 유명한 연구에서 항공기 승무원들이 언제나 쾌활하게 승객을 응대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감정이 고갈된다고 밝혔다. "그들은 자기의 진짜 감정을 잃어버립니다."
하지만 저자가 너무 흥분한 나머지(?) 모순을 보이는 곳도 있다. 93 page에서 정신의 힘이 진정 무한하다면 부정적인 사람들을 주위에서 제거할 필요도 없을 거라며 타인의 부정적인 면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저자가 초반에 분노했던 유방암의 긍정적 해석과 동일한 방법일 뿐이다.
코치들이 할수 있는 것은 태도와 기대에 관한 것들(97 p)로부터 코칭에 등장하는 긍정적 사고, 긍정적 사고가 과학적이란 것에 대한 반론(100 p)'양자물리학', 미국의 칼방주의에서 19c초의 변화 그리고 신경쇠약까지.. 기업 + 동기유발산업, 기독교 + 긍정적 사고, 심리학 + 긍정적 사고, 사회학 + 긍정적 사고 등 여러 분야와 이해관계로 결합해가는 긍정적 사고를 분석, 비판한다. 하지만 미국위주라서 그런지 크게 와닿지는 않는 것 같았다. 저자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과학적으로도 심도있게 분석해 나아가지만 독자인 나는 관련 지식이 부족해서 이해하기 어려웠다. 다만 뭔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뿐이여서 해당 부분은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140 p 이제 긍정적 사고는 발안한 사람을 위한 진정제, 심리적인 문제를 겪는 사람을 위한 치료제에 머무르지 않는다. 긍정적 사고는 모든 사람에게 부과된 의무가 되었다.
205 p 당신이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한다면,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용기를 잃거나 패배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당신 책임이다. 긍정신학은 아름다움과 초월, 자비가 없는 세계를 완성하고 승인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얼마나 '긍정'이란 테두리 안에 들어가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게 좋은 거'라는 생각을 자꾸 하는 것도 섬뜩하기까지 하다. 나도 그동안 긍정적 사고를 말하는 책들을 여러 권 읽고, 학습된 긍정을 갖고 있었다. 긍정이 하나의 산업(?)같은 거였다고 생각하니 놀라웠다. 확실히 긍정은 동기유발의 힘이 있다. 하지만 그것에 비판적 사고가 없다면 허황된 꿈을 쫓고 있는 것은 아닐까 - 하는 불안감이 다시 자리잡는다.
224 p 행복을 수행해야 할 과제로 본 것이야말로 긍정심리학에 남아있는 칼뱅주의의 끈질긴 영향력을 보여 주는 징표다.
225 p (연구들이) 상관관계만 제시할 뿐 인과관계에 관해서는 입을 다문다. 행복한 사람들이 건강한 것일까, 아니면 건강하기 때문에 행복한 것일까?
저자는 대안으로 현실주의를 제시한다.
270 p 대안은 우리 자신에게서 벗어나 자기감정과 환상으로 채색하지 않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보는 것이다.
강요되는 '행복'이라는 감정. 낙천성은 불행을 극복하게 하는 힘을 줄 수 있지만 지나치다면 거기에서 안주할 수 밖에 없다. 무기력도 동시에 생산하게 되지 않을까. 즉 모든 것은 '과유불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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